주변에 불이 다 꺼지면 어둠이 찾아와요

 

주변에 불이 다 꺼지면 어둠이 찾아와요.

그제야 저는 제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죠.

어둠은 처음엔 조금 무섭게 느껴지지만

평소에 놓치고 있던 무엇이 숨어 있어요.

불빛 아래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

어지럽게 흩어진 생각들,

미뤄두었던 감정들이

어둠을 틈타 조용히 나에게 다가오죠.

 

어둠은 외롭지만 더 진솔한 나 자신을 만나게 돼요.

불이 꺼진 방 안에서 눈을 감고 있으면,

바깥세상의 소음이 줄어든 만큼

내안의 목소리는 훨씬 또렷해져요.

슬픈 기억도,

아쉬운 후회도,

작은 바람도

.

어쩌면 어둠은 ‘잠시 멈춰도 괜찮다’는 신호인지도 모르겠네요.

 

언젠가는, 다시 불이 켜지겠지요.
그때는 조금 더 단단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.
어둠이 있었기에 빛이 더 빛날 수 있겠죠.